참여작가 1 : 김준용
김준용 작가는 유리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순간을 예술 적 과정으로 끌어 들인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빛, 물, 기온과 같은 자연의 기본 재료를 사용하여 사람의 경험을 극대화한 것처럼, 작품을 투과한 빛은 시각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보는 이의 망막을 촉각적으로 자극하고, 작품이 있는 공간에서 관객은 공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전작에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하였다.
작품에 자연의 색을 담고 꽃처럼 피어나는 형상의 기물(器物)로 관객과 소통하였다.
때로는 사진처럼 각인된 풍경의 빛과 찰나를 유리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모두 자연의 색과 형태를 사물로 구현한 것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진정으로 구현하고 싶었던 ‘빛’은 사물의 구현 과정에서 성취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빛의 자연 ‘현상’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작가는 알게 되었다.
작품의 제작과정은 공예 기술적으로 난이도 높은 블로잉과 연마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산화물로 직접 조합한 색유리를 겹겹이 붙여 계획된 형태로 기물을 블로잉 한 후, 재단하고 연마한다.
후공정은 다이아몬드나 크리스탈의 제작과정을 연상케 한다. 불투명한 돌의 거친 표면이 빛을 담고 나누는 보석이 되기까지 작품의 형태와 표면 질감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머리의 계획이 아닌 멈추지 않는 '손의 생각'이 낳은 결과다.
작가의 손을 거쳐 빛에 대한, 빛에 의한 하나의 보석이 공간에 놓인다.
- 김예성 KCDF갤러리 큐레이터
참여작가 2 : 이상협
이상협 작가는 영국에서 공부하며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와 협업할 정도로 실력 면에서 인정받은 장인이다.
은으로 한국 전통 기형(器形)을 표현해 2023년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얇은 은판을 망치로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단조기법을 구사하며 달항아리, 매병, 호리병 등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기(器)’라는 절제된 형태 안에 한국적인 조형미라는 문화적 코드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 표면에 녹아 내리는 듯한 유연한 선과 작은 흔적들로 장식된 질감은 한국적인 문화 코드의 기형 위에 새로운 변화를 담으려는 의도이다.
이상협의 작품에서 형태는 표면을 낳고, 표면은 다시 형태로 이어진다. 그에게 작품의 형태는 문화나 다름없고, 표면은 세대와 같다.
표면이 바뀌고 변화하면서 형태가 만들어지듯 저는 세대가 바뀌면서 문화가 달라지는 양상에 특히 주목한다. 표면의 질감이 미세하게 모두 다른 까닭은 이와 같은 철학이 투영된 결과이다.
참여작가 3 : 장시울
중첩은 내 작품의 기본 형식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존재의 존재형식이기도 하다.
원자는 소립자들의 겹침이며, 분자는 원자의 겹침이다. 생물은 세포들의 중첩이고, 삶은 하루와 하루, 순간과 순간의 중첩이다.
작품의 이미지는 나무를 닮은 듯하지만, 나무 는 아니다. 작품은 나무의 생명력을 모방했기에, 나무의 솟아오르는 의지와 무수히 가지치고 뻗어나가려는 성질을 닮았을 뿐이다.
선은 나의 유일한 도구이다. 하지만 선은 나의 명령에 복종하기보다는 자기의 의지 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선에서 살아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본다. 선은 점에서 시작한다. 점은 태어남이다. 캔버스 위에 찍힌 하나의 점은 무에서 유로의 전환이고, 우주의 시작이며, 생명 탄생의 은유이다. 선은 점의 삶이다. 점의 태어남과 생애와 죽음이 선 안에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선을 볼 때 하 나의 생명을 본다.
캔버스의 귀퉁이에서 점으로 태어난 선은 점점 옅어져 가면서도 기어코 삶의 궤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나는 선에 생명력을 담고 싶지만, 나의 선이 단지 생명을 은유하기 위한 기호로 고 정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선들을 모두 관계망 위에 놓는다.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관되어 있듯이, 점과 점의 관계가 하나의 선이 되듯이, 나의 선 들은 다른 선들과 관계를 맺는다. 나는 선들의 관계가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 게 함으로써 하나의 기호로 박제되는 것을 거부한다.
- 작가 노트 중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