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F 전시실

<손의 기억>

2025.09.05 - 10.02

백현, 이상협, 정호연

<손의 기억>

기계가 쏟아내는 수많은 물건들 속에서, 손으로 빚어진 사물은 점점 잊혀져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손끝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한 점의 금속 또는 섬유를 두드리고, 다듬어내는 그 과정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효율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수십, 수백 번의 반복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시간과 온기, 그리고 기억입니다. 


<손의 기억>은 그 느린 시간을 담은 전시입니다. 

표면 위에 남은 작은 흔적 하나까지, 장인의 숨결이 깃든 작업을 통해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작품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공예를 ‘공산품의 그림자’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예술의 변두리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은 삶을 담고 있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기에 더 따뜻하고, 불완전하기에 더 빛나는 것. 그것이 바로 공예입니다. 

여기, 한 땀 한 땀 이어진 은빛 선율을 따라, 손의 기억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참여 작가

#1 백현 

백현 작가는 오랜 스승인 이상협으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기법에 자신의 창의적 실험을 더합니다. 좀 더 현대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은판 표면에 독창적인 그만의 조형 언어를 새깁니다. 이번 전시에서의 그의 대표작인 중력장과 시공간 시리즈는 말 그대로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의 시공간이 휘어진 형태를 보여주며, 섬세하고 자잘한 선의 모양을 망치로 겹겹이 두드린 흔적이 유기적이면서도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룹니다.

#2 이상협

이상협 작가는 전통적인 실버스미스의 기법과 현대적 미감을 교차시키며, 은을 달구고 두드려 만든 오브제에 시간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그의 작품은 단조기법과 연마, 그리고 표면의 자연스러운 흔적까지 하나의 조형 언어로 만들어 전달합니다. 

은의 표면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도구적 흔적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시그니처이며, 정교하게 가공된 선들과 날숨 같은 질감이 작품마다 고유한 스토리를 품고 있습니다. 

'2023 올해의 공예상' 수상은 물론, 영국 영 디자이너 실버스미스 어워드 대상, 크래프트맨십 & 디자인 어워드 은상, 그리고 영국의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에 작품 소장까지 되어있는 전승의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 모두를 인정받는 작가로, 국내외 공예 공모전 다수에서 수상하며 공예 예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2 정호연

정호연 작가는 시간을 이미지로 해석하고 조형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금속조형디자인과 주얼리를 넘나드는 디자인 언어로, 단순한 착용을 넘어 몸에 머무는 예술을 추구합니다. 

 그녀는 금속의 본질을 이해한 후, 이를 섬세한 볼륨과 선으로 조형화 시키며 장신구를 넘는 예술적 공예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브로치 시리즈는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듯한 유려한 선이 특징이며, 폴리에스터메시와 오간자 등 다양한 재료연구를 통해 시간의 표현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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