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 Sejin
Waiting for Godot
2019.09.19 - 10.09
고도를 기다리며
두 사람이 한그루 나무 아래서 고도를 기다립니다. 사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그를 기다려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는 그의 목동을 보내 오늘은 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두 사람은 실망하지만 내일 다시 기다리기로 합니다. 이튿날 나무에는 꽃이 피었고 여전히 그들은 고도를 기다립니다. 한사람은 꽃이 피었다는 걸 알지만 다른 한사람은 여기가 어제 그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날 저녁 목동의 쌍둥이 동생은 오늘도 고도가 오지 못한다고 전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은 꽤 좋아했던 희곡이자 연극이었고 흙으로 이 연극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배우이자 연출입니다. 처음에는 희곡에 등장하는 마른 나무를 나름 추상화하여 흙 조각을 이어 붙여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조각에 번호를 찍기 시작 했습니다 1,2,3,4,5,…. 하나의 작업이 끝나면 다음 작업으로 번호는 이어집니다. 종종 작품을 만들었으나 불가피하게 갈라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경우들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번호는 계속 이어집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제가 어쩌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어느덧 형태는 점점 그릇을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배운게 도자기라 저도 모르게 그릇의 형태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나무에서 그릇이 되었지만 괜찮은 거 같습니다.
몇 년 전 부터 입체작업을 평면화 하였습니다. 작품을 위에서 본모습 옆에서 본모습을 다시 추상화하여 평면에 옮겨 보았습니다. 종이를 사용하기에 조각에 들어가는 번호는 종이에 잉크로 찍었습니다. 숫자는 공백 없이 찍음으로써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숫자를 찍다가 잘못 찍으면 세로선을 긋고 다시 찍어 나갑니다. 조각을 붙이고 숫자를 찍기 위해 연필로 그려둔 선은 그대로 남겨 둡니다. 이 역시 기록된 작업의 일부이니까요.
‘고도를 기다리며’의 내용을 몇 가지 단어로 압축하자면 시간과 반복 입니다. 저 역시 숫자와 조각으로 시간을 기록하고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두 주인공은 언제 고도를 만날지 그리고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 역시 왜 이러한 작업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29만개 이상의 조각으로 무언가를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고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노트
시간은 지속, 반복, 변화, 순환한다. 시간이란 지속적이며 반복적이고 순환하는 것이다. 또한 반복과 순환에는 항상 변화가 뒤따른다. 이러한 시간은 곧 자연의 시간이자 인간의 시간이다. 사무엘 베케트는 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이 반복적으로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를 통해 자연의 시간을 드러냈다. 베케트의 희곡은 내작업의 모티브이자 작품 제목이 되었다.
자연 재료인 흙을 다루는 일은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행위이다. 흙은 지속, 반복, 변화, 순환하는 시간을 담고 있으며 흙을 다루기 위해서 작업자는 필연적으로 자연의 시간에 자신을 일치시켜야 한다. 나는 흙의 본성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흙을 재료로 하여 시간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제한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 무한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복 노동이 필요하다. 수만 개의 작은 블록들에 일련번호를 찍고 붙여나가는 반복 행위는 무념무상의 단계에 이르게 하고, 초시간적 경험을 하게한다. 나는 초시간적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반복행위로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전달되어 유사한 경험을 하게한다.
자연의 시간과 일치된 작업을 통해 자연의 시간을 기록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끊임없는 반복행위는 초시간적 경험을 통해 연구자를 개인적 소외의 경험으로부터 극복하고 존재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시간을 기록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듯 기록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드러나며 관람자에게도 전달되는 것인데, 지난 5년여의 작업은 그 경력이 일천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자연의 시간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자 한다.
배세진 (Bae, Sejin)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도예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도예전공 졸업
2018 익산 한국공예대전 특선
2017 익산 한국공예대전 특별상
2017 LOEWE 공예공모전 파이널리스트
2017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입선
2015 대만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동상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은상
2015 대한민국 도예공모전 동상
2012 익산 한국공예대전 특선
2012 대한민국 도예공모전 금상
2012 대학도자전 특선
2011 목포전국도자기공모전 우수상
2010 익산한국공예대전 최우수상
2010 울산국제옹기엑스포 국제공모전 특선
2009 울산국제옹기엑스포 국제공모전 금상
2019 Work on paper, Aubert-Jansem Galerie, 제네바
2017 Waiting for Godot, Aubert-Jansem Galerie, Geneva
2016 Waiting for Godot, 산울림아트&크래프트, 서울
2012 배세진개인전 078404, 서울대학교 우석홀, 서울
2019 헤벨라시옹, 그랑팔레, 파리
2019 아트마이닝 밀라노, Palazzo Litta, 밀라노
2019 콜렉트, 사치갤러리, 런던
2018 디자인 마이애미, J. Lohmann Gallery, 마이애미
2018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나인갤러리, 마이애미
2018 The Salon Art & Design, J. Lohmann Gallery, 뉴욕
2018 아트마이닝 서울, DDP 서울 2018 KIAF, 나인갤러리, 서울
2018 베이루트 아트 페어, PIKD Gallery, 베이루트
2018 한국이음, 스코티시갤러리, 에딘버러
2018 Ceramic Embroidery & Lacquerware, 한 콜렉션, London
2018 시간의 여정, 마드리드 국립 장식 미술관, 마드리드
2018 Collective Design, J. Lohmann Gallery, 뉴욕
2017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나인갤러리, 마이애미
2017 The Salon Art & Design, PJ. Lohmann Gallery, 뉴욕
2017 Because of CERAMICS, 남송미술관, 항저우
2017 KIAF, 코엑스, 서울
2017 The Shapes of white, mouvements modernes gallery, 파리
2017 움직임을 만드는 사물, 프로젝트박스시야, 서울
2017 Collective Design, J. Lohmann Gallery, 뉴욕
2017 헤벨라시옹, 그랑팔레, 파리
2016 SOFA, 네비피어홀, 시카고
2016 발로리스 비엔날레, 발로리스
2016 밀라노 트리엔날레 한국공예전, 밀라노 트리엔날레 뮤지엄, 밀라노
2015 SOFA, 네비피어홀, 시카고
2015 헤벨라시옹, 그랑팔레, 파리
2015 콜렉트, 사치갤러리, 런던
2015 G SEOUL, 웅 갤러리, 서울
2014 SOFA, 네비피어홀(KCDF), 시카고
2014 메종오브제, KCDF,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