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k Miyoung
즐거운 상상
2020.11.05 - 11.11
작가노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시대를 뭐라고 지칭하여야 하는 것일까? 문득 생각해 본다.
뉴스에서 매일같이 반복되어 나오는 단어들이 초시대, z세대, 팬더믹… 등등이다. 갑자기 터져버린 불안전한 유행 속에서 불안하고 초초해하며 걱정하던 상황들이 이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된 지금 이 순간. 현대인들의 새로운 소통의 방법들은 그들끼리 통하는 그들만의 존(zone)을 만들고, 페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 바처럼 스스로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하여 취할 수 있다. 편식적 소통이 유행하는 요즘에도 난 아직도 아날로그적 성향이 강하고, 복잡한 기계를 통 한 스마트한 소통을 어려워한다.
작가로서 변화와 소통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지만, 난 아직 변화 될 준비가 된 듯하다. 우리 주변은 그다지 변형될 재미가 없는 현실적 공간에, 네모난 작은 기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한 기계 속에서의 소통과 생각은 온통 앞으로 전진, 이면에 내일의 걱정이 당장인 모든 이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쉼표를 내 작업을 통해 느끼게 하고 싶다. ‘시크릿가든-즐거운 상상’전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풍경을 보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푸른 차밭에 분홍 꽃, 동백꽃 가득한 섬과 하늘, 거대한 미루나무 길의 노란색 하늘까지. 일상적인 풍경에 내가 꾸미고 싶은 그것을 첨가한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세필로 덧칠을 반복하는 작업은 붓질이 자연스레 겹쳐짐을 통해 자연스럽고 싱그러운 초록빛, 푸른빛을 구현하고자 함이다. 붓질로 인해 물감이 쌓인 표면엔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 공수는 그림을 마주한 감상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심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차 밭, 굴곡진 시골길,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는 조금씩 그 모습을 다듬으며 화면 위에 펼쳐지는데, 푸른 초록빛을 중점으로 확장이 되는 이 풍경은 익숙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기하학적인 무늬로 가득 채워진 잔디밭이 되고, 동심을 자극하는 작은 생명체들이 더해지며, 자연과 인간 내면에 차지하고 있는 순수성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길 바란다. 어느새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주 공간은 도시가 되었고, 꽉 찬 일정으로 잠시 쉴 공간을 찾지 못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곤 한다.
마주치는 모든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던 어릴적 모습에서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멀어져 온 걸까? 어렸을 적 동심의 놀이 공간, 나만의 “시크릿가든”의 존재가 있었음을 회상시키는 듯하다. 따뜻한 봄 햇살을 머금어 반짝이는 어린 잎, 그 주변을 둘러싼 청량하고 푸른 공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이는 작가 특유의 맑은 표현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심상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처럼 푸른색이 주는 긍정의 힘, 숲이 주는 편안함,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주제로 한 작가의 작품이 어른이 된 당신에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시크릿가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곽미영 (Kwak Miyoung)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20 secret garden-즐거운 상상 (지소갤러리/대전)
secret garden-즐거운 상상 (화니갤러리 초대전/대전)
2018 육군훈련소 갤러리 초대전(육군훈련소/논산)
아츠아이 개관전(아츠아이갤러리/대전)
2017 secret garden-두번째이야기(갤러리메르헨/대전)
2016 육군군사학교 갤러리 개관초대전 (갤러리 예담/대전)
2015 Travel Diary-2 (갤러리 웃다/대전)
2014 Travel Diary-1 (갤러리 밀/일산)
2012 secret garden-with & blue (모리스갤러리/대전)
2011 One Fine Day (모리스갤러리/대전)
2008 Shall we go!(롯데갤러리/대전)
2005 Fantastic story Ⅱ(에스닷갤러리/대전)
2004 One space two room (화소갤러리/대전)
2003 Fantastic storyⅠ(타임월드갤러리/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