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Eun Bum
자연스럽게
2021.04.15 - 05.19
#청자 #분청 #상감기법
청자 작업은 무척 어렵다. 태토나 소성방법의 별다른 제약이 없는 분청이나 단단한 강도와 회화적 수법에 능한 백자에 비해 청자를 만드는 일은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남다른 도공의 세심함과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또한 청자 특유의 푸른 색 때문에 백자에 비해 색을 더하거나 회화적 수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청자의 명도와 채도가 한국의 식문화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어울리는데 포용범위가 좁은 것도 오늘의 청자그릇을 만드는 도예가의 고민을 더 깊게 한다.
그러나 청자는 분청이나 백자가 지니지 못한 특유의 에너지와 감성이 있다. 청자의 아름다움을 지칭할 때는 보통 비색과 곡선의 아름다움, 그리고 상감 장식의 정교함과 균형미를 논하곤 한다. 특히 비색과 상감 기법은 고려 도공들만의 창의였다. 청자의 유면을 들여다보노라면 그 옥빛이 실내 전체로 발산되어 온 방 안이 푸른 것 같은 착각이 들 곤 한다. 그 만큼 청자의 표면과 색채는 단순히 장식적인 차원의 것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힘이 담겨 있다.
이은범의 작업은 단지 청자의 비색의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작업하는 내내 옛 도자를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보는 일을 중요시 한다. 이 일의 목적은 옛 도자의 조형과 비례, 색, 기법 등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하는데 있다. 이 일은 옛 작품을 그대로 옮겨 그리면서 조상의 기법과 화풍을 몸에 익혀 발전시켜 우리 시대의 문화와 미감을 담는 새로운 청자를 빚기 위한 자기훈련이자 마음다짐이다.
이은범은 옛 청자가 지닌 치밀함, 섬세함, 유려함을 계승하되 옛 기형과 장식기법을 달리 적용하여 현대인의 미감에 호응하는 물건, 현대인의 삶 속에서 기능하는 물건을 만든다. 그는 옛 청자의 과정과 상징들, 재료들을 거침없이 끌어 쓰되 복잡한 형태와 인위적인 장식을 덜어낸다. 옛 도자의 특징과 감성을 단순하고 정제된 표현으로 살리되 그 안에 자신의 삶의 감각과 희구를 매력적으로 녹여 오늘 우리가 만들고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청자를 만든다.
즉, 이은범의 작업은 옛 청자가 무엇이었으며 오늘날에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실험하는 일이자 도자전통을 현대화하려는 한국 현대도예의 화두를 진척시키는 의미있는 일이다.
작가노트
나는 손이 많이 간, 정성을 다해 보듬은 작업들을 좋아한다. 재치 있게 풀어나간 작품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나, 옆에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을 만큼 만든 이의 애정과 정성이 전해지는 작업이 좋다. 보는 이, 내 손끝으로 만든 작품들이 그러하길 바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한다. 딸아이와 지내며 가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어머니가 나에세 그랬던 것처럼. 그럴 때면 내 어머니의 손길이 지금 내 손길과 같음을 느낀다. 그 마음으로, 그 손으로 매 순간 기도하듯이 작업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든다. 옛 것을 익히되 제대로 익혀야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되 새롭기만 하면 안 된다. 옛 것을 익힘에 철저하지 않으면 실체를 확인할 수 없고 그러면 가짜가 된다. 새로운 것을 만들되 이롭지 않으면 쓰레기가 된다. 가짜가 안 되려고, 쓰레기가 안 되려고 항상 마음을 다 잡는다. 그리고 이 일은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그러면 작품에도 긍정적 에너지가 깃들지 않을까.
이은범 (Lee EunBum)
1996 홍익 대학교 도예과 졸업
現 ‘봄을담은작업실’- 운영
개인전
2019 제 8회 개인전 道自然 (노영희의 그릇)
2018 제 7회 개인전 “녹음에 물들다” (갤러리 다운재)
2015 제 6회 개인전 (갤러리 아트링크)
2013 제 5회 개인전“법고창신” (갤러리 세인)
2011 제 4회 개인전 (식기장)
2008 제 3회 개인전 (식기장)
2002 제 2회 개인전 (우리그릇 儷)
1999 제 1회 개인전 (토 도랑)
단체전
2019 法古創新 찻그릇과 술그릇/ (스페이스예나르 / 제주도)
2019 우전차회(雨前茶會)/ (갤러리완물/ 서울)
2018 법고창신(法古創新) / (우리그릇 공감 / 서울)
2018 잔치/ 맛과멋으로 따스함을 나누다/ 평창올림픽 한식문화행사 (청와대사랑채 / 서울)
2017 십이월전 (도로시 살롱/ 서울)
2017 茶 talk전...차도구에 관한 이야기 (노영희의 그릇 / 서울)
2017 The 41st Annual Philadelphia Museum of Art CONTEMPORARY CRAFT SHOP (Pennsylvania Convention Center / 미국)
2017 2017 KOGEI World Competition in Kanazawa "KOGEI as Contemporary Art: Future Evolution" (People's Gallery A/B at the 21st Century Museum lf Contemporary Art, Kanazawa / Japan)
2017 세 남자의 그릇 (갤러리 도로시 살롱/ 서울)
2016 2016 ART SHOPPING CENTER (헬로우문래협동조합 / 서울)
2016 빛이 드리운다 (CL Art / 서울)
2016 여름나기-맛 멋 쉼 (국립민곡박물관 기획전시실Ⅱ&야외전시장 오촌댁 /서울)
2016 CROSS OVER (밀알미술관 / 서울)
2016 생활의 발견陶:圖 2 (Gallery 3 / 인사동, 서울)
2016 Korea NOW / Korean Crafts & Design in Munich 2016 (독일뮌헨 바이에른 국 립박물관)
2015 맑은 술 · 안주 하나 (재단법인 아름지기)
2015 법고창신 / 우리 도자의 마음씨 (갤러리 慶 / 부산)
2015 지금, 한국! / 공예,패션,그래픽 디자인 (파리장식미술관 / 파리,프랑스)
2015 제9회 청주국제비엔날레 / HAND+:확장과공전 (옛청주연초제조장/청주)
2015 本色共感/동아시아전통도예-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광주특별전 (경기도자박물관/경기도 광주)
2015 쉼,흙길 걷다 (한국도자재단/이천세라피아,이천)
2014 2014공예플랫폼 / 공예가맛있다 (문화역서울284중앙홀,서울/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 흥원)
2014 茶 즐거움을 마시다 / 2014 경기도박물관 특별기획전 (경기도박물관, 용인)
2014 청색예찬 / 2014 세라피아 기획전 (한국도자재단, 이천)
2014 법고창신-자연을 담은 그릇 (정소영의 식기장,한남_메종르제이지, 서울)
2013 아름다운 우리그릇전 (청담갤러리, 대구)
2013 한국생활도자 100인전 (도자세상 반달미술관, 여주)
2012 문방청완 (완물취미, 서울)
2011 3人전 (갤러리 송house, 부산)
2010 IAC총회 초청 한국현대도자특별전 “교차에서 소통으로” (에스파스 코민, 프랑스)
작품소장
경기도 광주 관요 박물관
주영 한국 문화원 (korean cultural centre uk)
ENSA Limoges - 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e de Limoges (Limoges.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