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zil (이정형 x 안소라)
악기가 된 나무
2022.10.06 - 11.02
글 하나
서울에 있는 본가에는 갈색 빛깔의 화려한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있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지 못해 슬퍼 했던 나날들을 위로하려 외할머니와 이모가 결혼 기념으로 사주신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햇살이 내리쬐는 자그마한 안방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집에 악기가 있다’는 점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 친구들에게 그 점이 통용 되던 시절이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일단 등록하면 ‘체르니 100번’까지는 쳤고, 끈기만 있으면 바하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누구는 플룻을 불고, 또 좀 산다는 최가네 딸래미는 바이올린을 끼익끼익 켰더랬다. 그리고는 다함께 색색의 허리띠를 메고 태.권.도를 힘차게 외쳤었다. 이제 복도 한켠에 위치한 우리 집 피아노는 한동안 마치 빨래걸이가 되어버린 실내 싸이클 머신처럼 먼지만 쌓이다가 지금은 직접 먼지를 엎어 쓰지 않게 되었는데, 그 위에 쌓인 내 물건들 덕분이다.(차분히 얹어진 흰색 레이스는 물론이고) 악기는 특정 목적을 가진채로 태어난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기획되고, 대체로 사람의 몸 곁에서 그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고 험난한 지구 환경에서 최대한 견디도록 만들어진다. 하지만 악기를 집에 둔다는 것은 각자의 사연에 따른다. 어떤이는 좋아하는 곡 하나 만이라도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들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먹고 산다. 중산층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서민들의 꿈이 있을 수도 있고, 아이의 정서를 위한 높은 교육열의 발현일 수도 있다.
이것이 요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자신의 기개, 충정, 멋과 풍류을 드러내기 위해 거문고를 즐겼다. 우리가 악기에 대한 마음이 애틋한 이유는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이 공예품이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한 환상 뿐만 아니라 악기에 담긴 우리 각자의 소망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악기는 연주자가 그들을 붙잡고 있는 시간보다 케이스속에서 혹은 거치대 위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임을 기억해야한다. 도구로 태어나지만 우리 주변의 수 많은 다른 도구들 처럼 많은 시간을 ‘비도구 상태’로 놓여있다. 악기를 만드는 것, 훌륭하게 연주 하는 것 만큼이나 그저 바라볼 줄 알고, 자신의 소망을 악기에 담는 일 모두 ‘멋질’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피아노 윗자리를 차지하던 2018년부터 시작한 ‘멋질 프로젝트’의 옛 작업물들과 최근에 만들어진 신작까지 아우르고 있다. ‘멋질 프로젝트’는 단순히 ‘일렉트릭 기타’에 ‘옻칠’을 해보자는 시도에서 시작하였으나 ‘사람의 몸에 거치되어 편안함을 유지하며 변함없이 좋은 울림을 낼 방법.’ 이라는 불변의 목적 아래 해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글 둘
‘Rebec’이라는 악기를 포함한 여러 현악기를 뒤섞어 바이올린이 탄생했고, 하프시코드를 타현악기로 변화 시키면서 현대의 피아노가 만들어졌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던 ‘일렉트릭 하와이언 기타’와 품에 안고 연주하는 ‘스페니쉬 기타(지금의 클래식 기타)’와 섞어 만든 것이 현대의 ‘일렉트릭 기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솔리드 바디 일렉트릭 하와이안 기타’인 ‘the Frying Pan Guitar’가 만들어진 이래로 지난 70여년간 일렉트릭 기타는 수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모든 악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형을 겪는다.
제작 과정과 원작자에 대한 여러 ‘썰’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이었던 ‘록 음악’의 주요 동력원은 일렉트릭 기타였으며, 그 중심에는 양대산맥 브랜드 ‘Fender(펜더)’와 ‘Gibson(깁슨)’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두 회사는 자신들의 브랜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모델들을 매년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출시하고, OEM 브랜드들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두 회사의 모델들을 구별하기도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고, 브랜드 로고만 바꿔서 파니 우스갯 소리로 기타 소리는 ‘데칼’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브랜드 로고를 기타의 머리에 데칼형 스티커로 붙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생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로 변화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시장성, 대중성이라는 명목 아래 기타제작자들과 기타연주자들은 가장 익숙하고 편한 행위만을 계속 해왔다. 결과적으로 락엔롤은 이제 ‘클래식 음악’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렉트릭 기타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인습 파괴자’인 이들은 대형 기타 브랜드, 공장제 기타와 구별 되며, 제작자들은 개인이나 공방으로 활동한다. 그들이 만든 악기를 ‘류트계 악기 제작자가 만든 악기’로 ‘Luthier(루씨어) Guitar’로 부르거나 ‘Butique(부띠끄) Guitar’라고 부르며. 혹은 그들의 악기들이 ‘Art Furniture’, ‘Art Jewerly’ 장르처럼 작가주의로 악기를 만들며 예술성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Artisan Guit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주문을 받아서 제작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만의 시그니쳐 디자인을 가지고 악기를 제작하기 때문에 유명한 디자인의 악기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스텀 전문 공방’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이 이렇게 활동하는 이유는 일렉트릭 기타를 만드는 행위에 매료된 것도 있겠지만,
브랜드의 악기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그들의 악기로 부터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락엔롤의 뿌리인 저항으로 부터임이 분명하다.
안소라 (Sora Ahn)
국가무형문화재 제 113호 ‘칠장’ 이수자
2022 ‘차세대전 – 경계를 넘어’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6인 특별전, 용산공예관, 서울
2021 ‘다시, 펼친 종이’ 기획전 JISO Gallery, 대전
2020 파리 메종오브제 한국문화재재단 전시 참여, 프랑스
2020 국립무형유산원 창의공방 레지던시 ‘이공이공’ 전시, 국립무형유산원, 전주
2020 세상의 모든 술과 함께하는, 어른들의 공예 ‘테이블 웨어 공예상품 개발 결과전시’, 인사동 KOTE
2019 ‘Quantum Leap’-비약적 도약 , 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년 기념 단체전, 인사동 송원아트센터, 서울2018 ‘23.1 제곱미터’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9기 입주작가 기획전, 성수 S.Factory, 서울
2018 ‘여기 담다 – 함과 합 세상을 닮다’ 전시, 이도아뜰리에, 서울
2018 ‘MADE IN MARUNUMA’ 전시, 재일주재동경한국문화원 gallery 美, 일본
2017 ‘Our Memories’전시, Azabujuban gallery, 일본
2017 아사카시립박물관창립 50주년’ 기념 단체 전시 및 참여, 일본
2017 ‘시각화(視覺化) -Visualization’, 개인전, 일본
2021 청와대 귀속 옻칠 식기 수리
2021 창덕궁 선정전 재현용품 ‘좌등’ 제작
2019 국립무형유산원 활용연구과정 참여
2019 전승공예품 디자인개발 지원사업 참여, 한국문화재재단
2017 일본 마루누마 예술의 숲 레지던시 참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15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옻칠(기초부문) 교재 집필 참여
이정형 (Lee Jung Hyung)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과 졸업
2021 ‘다시, 펼친 종이’ 기확전 JISO Gallery, 대전
2020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11기 입주작가 기획전, 인사동 KOTE, 서울
2019 ‘Quantum Leap’-비약적 도약 , 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년 기념 단체전, 인사동 송원아트센터, 서울
2018 ‘23.1 제곱미터’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9기 입주작가 기획전, 성수 S.Factory, 서울
2018 KCDF Craft return 기획전 참여, KCDF gallery, 서울
2017 MCBW M+nchen 기획전 참여, 독일
2022 ‘Korea Blind Testing Championship’ Trophy Design & Making
2018~2021 국립국악원 ‘교실국악기’ 디자인 및 제작 2015~2022 ‘Korea Sommelier of the Year’ Trophy Design & 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