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 Jeongmin

<2막 1장>

2024.05.23 - 06.19

작가노트 中

평면 종이 위에 그려지는 드로잉을 공간 속 실제 조각으로 다시 변환시키는 과정을 4년 간 진행했다. 

1차원적인 방법으로 드로잉을 스캔떠서 원하는 크기로 확장시킨 후 출력했다. 테이프로 고정된 거대해진 드로잉 속 외곽선을 따라 철을 구부리고 깎으며 용접을 해서 평 면적인 드로잉-조각을 만들었다. 

이후 스스로 직립하기 어려웠던 드로잉-조각을 직립시키기 위해 다른 시도가 필요했다. 

...

드로잉은 서로 얽혀 있고, 의지하며, 기대어 있는 형상으로 변화했다. 조각으로 그것들을 다시 만들며 결국에 스스로 직립할 수 있는 형태의 조각이 탄생했다. 

외곽선과 그 안에 꽉 차 있던 한지와 석고붕대, 석고로 이루어진 면을 점차 덜어내기 시작했다. 표정과 형태를 드러내기 위하거나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갖기 위한 일부분만을 면으로 채웠다.

평론글

“그냥, 부러웠던 타인의 모습과 일상, 저 자신을 욕심 없이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 서문은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취해본 가장 긴 제목입니다. 저의 언어도 아닙니다. 

서면 인터뷰에서 나온 윤정민 작가의 말입니다. 사실 글이나 책의 제목은 그 내용을 상당히 암시하고, 때로는 

구속시킵니다. 그래서 알고 보면 그 제목이 다 담지 못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당연히, 윤정민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넓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백을 지나치고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저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작가 

윤정민을 많은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습니다. 


다만 어떻게 아팠는지에 대해서는 작가가 건네준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 글엔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고유 영역일 수도 있고, 알아서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프다는 것에 심취한 상태 

여서 사계절을 몸으로 느끼고 숨쉬며 온전한 일상을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라는 고백도, 어떻게 보면 뭉클하지만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타인의 인터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의 작품을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글이 작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말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해 보이는 한 마디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때 행복보다는 부러움, 온전함보다는 ‘그냥’이 갖는 의미가 더 커 

보였습니다. 적어도 윤정민에게는 말이죠. 그래서 저도 그냥 제목을 그렇게 차용했습니다. 서문을 쓰며 스치듯 

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타인의 일상 풍경을 ‘드로잉 조각’이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가의 감각이 

나는 좋았어요.”라던 갤러리 대표님의 말 또한 지나치지 않고 이 글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제 조금 크리틱하게 가 볼까요? 영향을 받은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작가들의 대답은 보통 세 가지 

로 나뉩니다. 먼저 “아무도 없다”는 대답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어, 저는 이 글로 인해 많은 

작가들에게 미움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거짓말’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을지는 

추론해볼 수 있지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좀 더 고약하게 이야기하면 기만적인 대답입니다. 둘째는 대략 세 

명 정도를 대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열심히 골라낸 결과, 또는 여전히 과정입니다. 작가를 탐구하는 사람 

으로서는 가장 선호하는 대답입니다. 마지막은 굉장히 많다고 하는 작가입니다. 조금 의외였는데, 윤정민은 네 

명을 거론하며 무수히 많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세 명은 아티스트 토크 때 꺼내보기로 하고, 그중 가장 일반적 

으로 각인되어있는 이름 하나만 공개하자면,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입니다. 


“나는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물리적인 현상인지 혹은 형이상학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조각을 만든다.” 인터넷에 우고 론디노네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어느 블로그에도 있는 작가의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이 말 한마디로 조금은 특별해지는 역설이 있는 영역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생각을 더해 갈수록 ‘그냥’이 그냥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작업의 방향성과 발전을 고려했을 때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윤정민에게 그 이유 

를 묻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무척이나 보편적인 생각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런 윤정민을 특별히 여기는 마음일 것입니다. 본인은 예술이 어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글 제목 

으로 차용된 고백의 바로 다음 문장으로 “초등학생이 와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길 바랐습니다.”라고 말했습 

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의 희망일 뿐, 거의 모든 초등학생들은 작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고가 기대했듯, 우리는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의미인지 은연중 생각하게 됩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윤정민의 작업들은 우리를 그 앞에 맴돌게 합니다. 


윤정민의 작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도 재해석되는 형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빨래방 가는 사람, 분리수거 

하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들 등 스쳐 가는 것들을 나른한 듯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드로잉 조각을 작업 

해왔고, 그것은자기위안적발로를넘어누구나느낄수있는위트있는형상으로발현하고있음을감지할수 

있습니다. 얼굴 시리즈의 여러 어눌한 듯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들은 마치 톄닝의 <도망>에 나온 

한 장면처럼 난감함, 쑥쓰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가 들켜버 

렸을 때 차라리 속이 잘 되었다, 시원하다고 고백하는 듯한 표정이 윤정민의 위트를 더 단단하게 받쳐줍니다. 

한지와 철, 흑연과 석고 등 여러 재료를 쓰는 자유로움(알고 보면 치밀함일 수도), 무심한 듯 낚아챈 찰나에 

대한 기억은 그 시간의 휘발성만큼이나 예리합니다. 어둡지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감정들, 숙이고 엎드리는 

등의 자세들, 책상 위 나른함, 훔쳐보기 등 몸과 위치에 대한 예민한 관찰은 소소한 폭소와 공감을 유발하며, 

열두마리, 녹슨 얼굴과 배꼽, 맞닿은 엉덩이, 박제된 사람들, 유리판 들기 등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업 

들은 그저 물끄러미 세상을 관조하던 시간이 모여 어느덧 새로운 막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이후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날개를 달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작가가 전시 제목으로 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접어두고 말하자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윤정민 

이 미술 시장에서 수많은 감상 대중을 만났으면 합니다. 


마이클 핀들리Michael Findlay는 <예술을 보는 눈The Value of Art>에서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개인적인 영역 

으로 은밀히 침투한다.”고 했습니다. 상업적, 대중적 성공 이전에 중요한 것은 ‘당신의 눈’이라는 것이라고, 이 

책의 구체적인 미술 시장 이야기는 투자 기술보다는 역설적으로 생존 예술가의 사회생활 고충, 아마추어리즘의 

가치, 예술과 언어의 관계 등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책 중간에 커다랗 

게 들어간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의 “의미는 말이 아니라 보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은 읽는 이로 하여금 

반은 이해하고 반은 반발하게 만듭니다. 저는 윤정민에게 여러분들이 어떤 이해와 반발을 하는지 앞으로 지켜 

보고 싶습니다. 마이클이 들어가는 글에서 아마추어 평론가라 칭한 에밀 졸라Émile Zola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 

에서 작가와의 문답 한 조각을 옮겨둡니다. 


2023년 작업 노트에서 “물성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나는 “마치 드로잉 하듯이 조각을 해 보겠다” 라는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님께 있어 드로잉은 무엇이고 조각이란 어떤 것인가요? 

- 드로잉은 제 숨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가 숨을 쉬듯 별생각 아닌 것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각은 제가 숨 쉬듯 기록한 드로잉을 그대로 실체화하는 과정입니다. A4~A5크기로 짧은 시간 안에 드로잉을 

그려냅니다. 그 시간 동안 순간적으로 표현되거나 반영된 ‘드로잉의 선’이나 ‘즉흥적인 감정’을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조각인 거죠. 그리고 현재 조각은 평면적인 조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면과 선의 

교차로 제가 드로잉 한 장에서 그려내지 못한 부분들을 우연히 또는 자연스럽게 만듭니다. 


그럼, 작가와의 만남에서 뵙겠습니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


연계 프로그램

전시 전경

윤정민 (Yoon Jeongmin)

학력 

2016 경희대학교 조소과 졸업 

2021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1 <아무, 사람> , 새탕라움, 제주 2020 

         <^^.> , 고양시립아람누리 갤러리누리, 고양 2019 

         <평범한 날들>,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치유허브, 서울 


단체전 

2023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 갤러리 인HQ, 서울 2023 

         점 안의 우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2023 

         세상의 모든 드로잉, 아터테인/홍천미술관, 서울, 홍천 

         외 다수


수상 

2022 뉴드로잉 프로젝트 대상,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레지던시, 기금 2021 예술곶 산양 레지던시 제주문화예술재단 2020 문예진흥기금 시각예술 고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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